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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피다 : D

물 없이 씻는다고? 생명을 살린 발명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장티푸스와 콜레라, 설사와 같은 질병은 사실 비누로 손만 깨끗이 닦아도 예방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비누 안에 장난감을 넣었습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수시로 손을 씻고, 자연스레 손 씻는 습관을 기르게 됩니다. 필리핀에서는 손에 세균 모양의 도장을 찍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을 보이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씻어내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의 질병 발생률이 70% 낮아졌고 호흡기 질환의 발생률은 75%나 감소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아이들의 손 씻는 횟수가 평균 87% 증가했고 질병으로 인한 결석은 절반이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물이 부족하거나 더러운 물밖에 없는 곳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작은 마을에서 자란 소년 '루드윅 매리 쉐인'에게 친구가 이런 말을 건넵니다.                            

 "안 씻어도 씻은 것처럼 만들어주는 그런 거 어디 없나?" -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벌써 샀겠지" 라며 웃어넘겼지만,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본 그는 놀라운 통계를 발견합니다. 깨끗하게 씻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이 전 세계에 무려 25억 명.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흔한 질병이자 매년 8백만 명의 사람을 실명하게 만드는 질병 '트라코마'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깨끗하게 세안을 하는 것' 그저 이것뿐이었습니다. 병원 치료, 약, 주사 등은 굳이 필요가 없는 말 그대로 선진국에서는 걸릴 리가 없는 '가난한 질병'이었습니다.

그는 안 씻어도 씻은 것처럼 깨끗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런 질병은 쉽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 연구를 시작합니다. 물과 전기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마을에서 인터넷도 잘 연결되지 않는 휴대폰으로 위키피디아와 구글에서 검색을 하고 고등학교 때 배운 과학으로 수많은 공식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무려 4년 뒤 '세계 최초의 목욕 대체 로션 DryBath'를 탄생시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또 남았는데 바로 '가격'이었습니다. 저렴하지 않다면 이것이 꼭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은 구매를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는 선진국에 판매할 대용량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을 얻고 정말 이 제품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5 란드(380원)의 가격으로 제공하기로 합니다.

원리는 화장을 지울 때 쓰는 클렌징 로션과 비슷하다. 작은 파우치를 반으로 꺾으면 나오는 투명한 젤을 몸에 바르고 문질러 더러움을 없앤 후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면 목욕이 끝납니다. 이 제품을 쓰면 개인위생이 좋아지는 건 물론 목욕에 들어가는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평균 우리가 사용하는 물 중 씻는 데에 드는 것만 해도 하루 20리터가 훌쩍 넘어간다. 샤워기의 1분당 물 사용량은 7.5리터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5~10분 이상 물을 틀어놓은 채 샤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30리터 이상의 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물의 절반 가격으로 목욕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DryBath는 부유한 이들에게는 편리함을 주었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삶을 변화시키고 생명을 지키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물을 길어 가는 시간 2시간을 절약하여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가족 혹은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 있을 것입니다.

일주일에 겨우 용돈 3,800원을 받던 평범한 고등학생이 세상을 위하여 쏟은 4년이라는 시간과 열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행보는 또 다른 이로 하여금 세상을 변화시킬 '발명'을 이어가게 할 것입니다.